같이 살래요 (2018) / 50부작
출연 : 유동근, 장미희, 한지혜, 이상우, 박선영 등
평점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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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서로를 사랑했던 한 가족의 가장 박효섭과 큰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미연이 60대가 되어 재회하면서 일어나는 스토리.
처음 캐스팅이 떴을 때 <처음 추는 왈츠>에서부터 눈 여겨 보고 있던 여회현과 <마녀의 법정>을 통해 관심이 생긴 김권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꼭 봐야겠다, 점 찍어 놨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결국 종방할 때 쯤 정주행 시작..
솔직히 초반엔 꽤나 재밌었는데 갈수록 조금 답답해서 중후반부터는 많이 스킵하면서 봤다.
개인적으로 밝은 분위기의 주말드라마를 좋아한다. 인물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살짝 뇌에 과부화가 생길 때도 있지만 가족애뿐만 아니라 여러 세대의 러브 스토리 그리고 개그 코드까지. 시트콤만큼이나 가볍게 볼만하진 않지만 밝은 주말드라마는 개그 코드가 잘 맞을 때가 많아서 시트콤을 대신해서라도 자주 챙겨보려고 노력 중이다.
역시 주말드라마는 KBS인가 싶기도 하고.. KBS 주말 드라마에서 재밌는 작품들이 많이 나왔던 것 같다.
이번 작품도 살짝 막장요소, 답답요소들이 들어있지만 나름대로 개그 코드도 잘 맞았고 캐릭터들이 귀여운 부분들도 많아서 끝 후반부는 엄청 재밌게 봤다.
개인적으로 한지혜의 작품들을 많이 봐왔지만... 늘 한결같은 연기력과 캐릭터. 캐릭터가 비슷비슷하기 연기(특히 캐캐릭터의 말투) 또한 비슷비슷하다. 매번 착하고 여기저기로 잘 당하는 (멍청한) 캐릭터.. 거기에 남편은 부잣집이라 항상 집안 격 떨어진다고 욕먹고, 비위 맞추다가 결국 이혼 당하고(또는 자진해서 이혼하고), 싱글맘이나 돌싱으로 새로운 남자와 만나게 되고 협심해서 남편의 집안에게 복수한다. 이번에도 초반 한지혜의 캐릭터와 그 캐릭터의 상황을 보면서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싶었다. 그래도 엄청 차분하고 진지하고 조신한 성격이라기 보다는 조금은 재치도 있고 딱딱하지만은 않은 캐릭터였어서 그 부분은 괜찮았다. 하지만 이제는 좀 다른 캐릭터를 맡아 봤으면..
박선영이 나오는 작품을 정말 오랜만에 본 것 같다. 처음엔 박선영이 둘 째, 한지혜가 첫 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반대여서 조금 놀라기도 하고 뭔가 어색했다. 워낙 동안이라 그런 건지.. 한지혜가 장녀의 이미지가 많이 보이는 건지.. 실제 나이도 꽤나 차이가 많이 나서 놀랐었다. 최근 <솔약국집 아들들>을 다시 봤었는데 그때와 지금의 차이가 별로 없다. 방부제 외모 굿.. 박선영이 맡은 박선하라는 캐릭터는 집 안에서 엄마의 역할을 도맡아하는, 정말 전형적인 효녀인 장녀 캐릭터. 캐릭터가 자주 볼 수 있는 느낌이라 딱히 큰 임팩트는 없었던 것 같다. 뭔가 주말 드라마에는 장남이든 장녀든 꼭 한 명은 등장하는 성격인데다 없으면 허전할 법 하지만 막상 나오면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별로 없는.. 그런 캐릭터였다.
이상우는 매번 작품을 볼 때마다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이다. 착하고 젠틀한 역할을 하면 좀 느끼한데, 이 드라마에서처럼 살짝 까칠함이 가미되면 나름 괜찮다. 그래서 착하기만한 평탄한 인물을 맡을 때는 보고 싶어지지 않아져서.. 웬만하면 피하려고 한다. 중반부터는 깔끔한 몰골(?)로 나오지만 초반에 나왔던 후리한 모습도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좀 덜 느끼해보인다.. (기승전느끼) 이상우가 나왔던 드라마 중에 제일 마지막으로 본 게 SBS에서 했던 주말 드라마 <기분 좋은 날>인데 확실히 그때보단 이번 캐릭터가 훨 나았고 오히려 잘 어울린 듯. 친 오빠처럼 조카를 끔찍이 아끼는 삼촌이라 조카와 그의 남자친구와 계속 엮이는 장면들이 제일 재밌었다.
내가 주말드라마를 보는 또 한가지의 결정적인 이유는 풋풋한 20대 커플을 보기 위해.. 가장 마지막으로 봤던 주말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는 아츄커플을 보기 위해 끝까지 봤다면 이 드라마는 여회현X박세완 커플을 보기 위해 악착같이 끝까지 보게 됐다. 여자는 귀엽고.. 착해.. 남자도 귀엽고.. 착하고.. 멋있어.. 심지어 동갑 커플.. (동갑 아주 좋아함) 뭐 하나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1도 없다.
개인적으로 여회현이 맡았던 박재형이라는 캐릭터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초반엔 살짝 답답하기도하고 왜 저럴까.. 싶기도 했지만 솔직히 박재형이 그동안 겪었던 고생들도 있고, 이 망할 사회가 그를 이렇게 만든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초반만 살짝 지켜보면 그 뒤로는 아주 좋다. 살짝 감정적으로 나올 때도 있고 그의 상사 최문식(김권)과도 자주 부딪치지만 뭐.. 그건 그럴 만한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연다연(박세완)과 엮일 때는 한 없이 괜찮은 남자 같았다. 여자에 대해 1도 모르고 모태 솔로인 재형. 다연이 다칠 뻔 한 상황에 급하게 다연을 안아버리게 되는데, 그 이후로 다연은 부끄러워서 재형의 눈도 못 마주 친다. 재형은 다연이 화나서 피하는 거라 생각하고 상사에게 상담을 하는데 상사가 성희롱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며 빨리 기분을 풀어주라는 조언에 따로 만나 밥을 먹게 되고, 야구 게임장까지 가게 된다. 그곳에서도 다칠 뻔한 다연을 지켜주려다 안아버리게 된 상황. 그때 재형이 다연에게 "오해받을 짓 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다연씨가 다치는 것 보단 내가 오해받는 게 낫다."라는 말에 오, 뭐지.. 싶었다. 살짝 심쿵.. 그때부터 콩깍지가 씌인 듯 계속해서 뭘 하든 예뻐 보였던 것 같다 ㅋㅋ 다연의 과거 모습에도 절대 연연하지 않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그녀의 내면을 봐주는 재형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특히 다연의 엄마에게 허락 받으려 그녀의 과거 사진과 그녀가 재형에게 보냈던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포스트잇들을 보여주며 자신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녀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말하는 장면도 참 멋있었다.
솔직히 이 드라마에서 제일 짠내나는 건 최문식(김권)이다. 미애의 아들인 문식은 미애에게는 한없이 바르고 착한 아들이지만 밖에만 나가면 갑질 시작. 양아치스럽다. 솔직히 중반까지 밉상에 싸가지없는 캐릭터라 엄청 화나고 욕도 많이 했는데 갈수록 짠내가 엄청 난다. 이건 뭐 거의 염전 수준.. (밉상 짓만 하는 성격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미움 받아서 엄청 외로운데 짝사랑하는 여자에게까지 차이고, 그 여자는 좋아하는 남자까지 있고, 심지어 그 남자가 자신과 악연중의 악연인 직장 부하이자 새형이 될 재형이다. 그에게는 충격과 충격의 연속, 상처와 상처의 연속이었다. 갈수록 불쌍해서 앞에 했던 악행들도 잊어버린 채 나도 모르게 위로하는 마음으로 보고, 빨리 잘 돼서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도 커졌던 캐릭터이다. 이렇게 남남이었던(특히 악연으로 엮었던) 사람들이 가족이 되면서 닫혀있던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참 재미있다. 볼 때마다 으르렁대던 재형이 형 노릇을 하면서 가끔은 속을 털어놓고 편하게 얘기를 늘어놓는 다던가, 평소엔 질색하던 형·누나라는 호칭을 쓰며 새누나를 상처 준 남자에게 말빨(?)로 나름의 복수를 해준다던가, 티격태격 진짜 형제·남매처럼 싸운다던가.. 후반으로 가면서 문식과 효섭의 자식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친해지는 과정을 참 재밌게 봤다.
한 집안에 새로운 형제가 들어오는 스토리가 예전에 방영했던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를 연상케하기도 했다. 살짝 루즈하고 답답한 내용들도 간혹 나왔지만 나름대로 재밌게 봤다. 배우들의 케미도 좋았고 각각의 캐릭터들도 굿이었다.